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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승가대학 학인은 모두 다 꽃이다 때를 알고 피는 미래의 꽃”...철운스님(22기, 이사)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11-08-23 18:16
조회 : 11,800  

수행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법석에 들어갈 때마다 여쭙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 많은 스님들이 ‘마음’을 꼽는다. 팔만대장경을 마음 심(心)자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말하기 전에 학인(學人)을 먼저 꼽은 스님이 있다.

법주사 강주(講主, 승가대학장) 철운스님이다. 8월8일, 태풍이 삼라만상을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이 요란했던 하루였지만 법주사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 속리산(俗離山)은 가을초입(立秋)의 청명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스님은 응향각 공사로 몇 년 전부터 궁현당에서 소임을 보고 있다. 여기서 보면 동쪽으로는 만월봉이, 서쪽으로는 수정봉이 우뚝 솟아 있다. 양쪽 문을 다 열어놓으면 앉아있는 곳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더운 줄을 모르고 문밖은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여기에 “수정봉은 방에서 보면 문필봉(文筆峰)처럼 보여 바라볼 때마다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하니 이 모두가 강주 스님의 마음이 그려낸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4살에 동진출가한 50대 초반의 스님이 강주의 소임을 보기까지에는 여러 선지식이 지남(指南)이 됐다. 강주 소임만 해도 10년이 넘었다. 강사의 연(緣)을 맺어준 분이 함주스님이라면 씨앗을 놓아 준 분은 은사다. 은사 성암(惺庵, 1914~1980)스님은 계행과 수행이 철저했던 분으로 잘 알려졌다.

“옷매무새는 항상 단정하고 음성은 맑고 항상 부처님 말씀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사람은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철운(撤雲)이라는 법명을 지어주면서 ‘너는 총기가 있으니 강사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 은사 스님 말씀에 강사라는 씨앗이 가슴속에 심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임 중에 주지가 꽃’이라…현실을 직시한 말씀이지만

미래엔 법을 설하는 강사도 ‘작은 꽃’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佛果’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스님은 1985년도 겨울방학을 해인사 지족암에서 보냈다. 아침예불 후에 일타스님에게 홀로 <원각경>과 <금강경>을 배웠다. 해인사 주지를 맡아 바쁜 가운데 일타스님은 새벽마다 어려운 부분은 책에 손수 적어주며 강의를 해주었다. 방학이 끝날 때 ‘경(經) 읽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며 써 준 두 장의 글은 지금도 가까이에 두고 늘 되새긴다.

하나는 ‘구재진로중(久在塵勞中) 매각본래사(昧却本來事) 금조수만행(今朝收萬行) 속환청산래(速還靑山來)’. 문수보살이 보현보살에게 써준 게송이다. “세상 중에 오래 있으면 본래 출가한 목적을 잊어버린다, 오늘 아침 만행을 거두고 속히 청산으로 돌아오너라.” 이글 덕분에 스님은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청산에 의지하여 수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일체제불(一切諸佛) 소유법륜(所有法輪) 유통호지(流通護持) 사무단절(使無斷絶)’. “일체제불의 모든 법륜을 유통하고 호지해서 영원히 단절하지 않게 하라.” <화엄경> 보현삼매품에 있는 게송으로 강사로서의 사명을 갖게 하며 책임을 느끼게 해 준 글이다.

영축총림 통도사 율주 혜남스님은 전강스승이다. ‘비여암중보(譬如暗中寶) 무등불가견(無燈不可見) 불법무인설(佛法無人說) 수혜막능요(雖慧莫能了)’. “비유하건대 어둠 가운데 있는 보물은 등불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부처님 법을 설하는 사람이 없으면 비록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요달하기 어렵다.” 화엄경 수미정상게찬품에 있는 게송이다. 혜남스님은 그 때 화엄경과 사산비명을 내려주면서 앞으로 10년은 더 강의하라는 당부를 했고 10년 넘는 기간 그 문구와 말씀은 갈등과 퇴굴심을 이기는 힘이 되었다.

“부족한 사람이 완전한 부처님 가르침을 강의하는 데는 역량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처님의 진실한 뜻을 바로알고 깊이 알 수 있는 혜안을 얻기 위해 기도를 합니다. 나의 부족한 지혜를 불보살님의 위신력으로 도와주고 채워주시기를 발원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어느 날 <금강경> 강의하던 중 문장대를 등정하러 갔던 얘기를 들려줬다. “중간에 일이 생겨 포기하고 가까이에 있는 보현봉에 오른 적이 있어요. 문장대와 천왕봉등 속리산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보현봉의 멋진 광경에 문장대에 오른 만큼 기쁨이 컸어요. 금강경의 시법평등(是法平等) 무유고하(無有高下) 시명정각(是名正覺)이라는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높은 산은 높은 대로 좋고 작은 산은 작은 대로 좋다(高山高好 小山小好). 차별된 마음으로 바라보면 봉우리마다 차별이 있고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얘기입니다.” 스님은 그 후로 학인들에게 항상 차별 없는 평등심을 가지고 경애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경전은 불교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며 불교의 진리를 보관하는 보배창고라고 하지 않습니까. 농부가 밭에서 곡식이라는 보물을 거두어들이듯이 경전은 지혜의 보물을 거두어들이는 복밭입니다. 경전을 1만 시간만 읽으면 얻지 못하는 보물이 없을 것입니다. 보조국사는 ‘미진 속에 일체의 경전이 있다’는 화엄경의 구절을 보고 경책을 머리에 이고 마당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하잖아요. 경전에서 얻은 기쁨은 세상의 어떤 보물을 얻은 즐거움보다도 수승합니다.”

경전 공부는 소리 내어 읽는 독경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뜻을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우선 정성껏 읽어보세요. 소리 내어 읽는 자체가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이 됩니다. 그리고 간경(看經)을 합니다. 간경은 좀 더 세밀하게 경구의 뜻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 강독(講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정확한지. 선지식을 찾아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전의 내용을 마음으로 깊이 사유하고 실천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10년 째 <화엄경>을 공부하고 있다. 가장 즐겨 읽는 경구는 ‘불신충만어법계(佛身充滿於法界) 보현일체중생전(普現一切衆生前) 수연부감미부주(隨緣赴感靡不周) 이항처차보리좌(而恒處此菩提座)’. “부처님은 우주에 충만해서 모든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 계신다. 소원하는 인연 따라 화현해서 감응하지 않으심이 없다. 부처님이 나타나시던 나타나지 않던 항상 마음속의 지혜의 자리에 계시면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보고 계신다”는 의미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님은 화엄경으로 법석을 장엄해갔다.

“보현행원품에서 모든 공양중에 법공양이 최상이라고 했죠. 법공양은 진리를 설하여주는 공양이니 곧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생들에게는 진리를 알게 하는 교육이 최상의 공양이라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하여 삼보에 귀의하고 삼학을 배우며 신구의 삼업을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어서 성불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시대에는 경전이 부처님을 대신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승불교에서는 법신불을 중심에 모시는 것입니다. 경전을 읽고 예배하면 부처님께 예배하는 것과 같은 공덕이 있어서 소원하는 바에 따라서 부처님의 가피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경전속의 하나하나의 글자는 부처님의 화신인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 한 가지는 한국불교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다. “교육의 중요성은 알고 제도나 교재에 관하여는 노력하지만 정작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사가 종단적으로 존경받는다면 학인들은 강사를 선망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경전을 연구할 것입니다. 어떤 스님은 ‘소임 중에 주지가 꽃’이라고 했다죠. 현실을 직시한 옳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저는 미래 소임에는 법을 설하는 강사도 ‘작은 꽃’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사가 꽃이 될 때 불교의 열매는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작은 꽃? 어떤 꽃일까. 돌아오는 길 스님이 전해 준 메모를 다시 펼쳐보았다. 법주사강원(승가대학)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진시화(盡是花)다, 모두 다 꽃이다. 시지화(時知花)다, 때를 알고 피는 꽃이다. 미래화(未來花)다. 미래의 꽃이다.”

“향기로운 꽃은 달콤한 꿀을 베풀고 덕스러운 산은 신령스러운 약초를 기른다(香花施甘蜜 德山長靈草).” 스님은 혜남스님으로부터 전강 받으며 쓴 글을 벽에 걸어 두고 늘 축원한다. 물을 보며 축원한다. “모든 중생들이여 기쁨은 물같이 흘러오고 슬픔은 물같이 흘러가라”고.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 철운스님은…

14살에 동해 삼화사에서 성암(惺庵)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8년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해인사승가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계속해 설유처명(雪乳處明)-영호정호(映湖鼎鎬)-운기성원(雲起性元)-중산혜남(中山慧南)스님의 강맥을 이었다. 법호는 향상(香山).

불국사와 백양사 등 선원에서 3안거를 마쳤다. 해인사 강사에 이어 법주사 강사와 학감을 역임한 후 지난 2000년부터 제5교구본사 법주사승가대학장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 2743호/ 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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