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남북교류 민간단체인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009년 3월부터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어린이들에게 먹일 빵과 두유를 보내고 있다.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영담스님과 인명진 목사는 지난 6월말 대북지원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북중(北中) 접경지역인 중국 도문에 다녀왔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5ㆍ24조치를 발표하면서 대북지원은 전면 중단됐다. 제3국을 경유해 그것도 대리인을 통해서 물자를 전달해야 하는 심정은 착잡했다. 반면 암울한 현실은 남북화해를 향한 발심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좌담은 지난 8일 조계종 총무부장실에서 열렸다.
영담스님 : 다리 하나만 건너면 동족의 땅이었다. 우리의 핏줄인 어린이들의 손에 직접 간식을 들려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 공식적인 남북교류는 단절됐지만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 종교인과 시민단체, 해외동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결국은 우리의 아이들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굶고 있다. 지나친 관용이라든가 혹은 군량미로 유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비난은 무책임하다. 이 세상에 자식들이 먹을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칠 부모는 없다.
인명진 목사 : 온성군 어린이 지원은 ‘밥(BOB)' 캠페인의 일환이다. ‘밥’은 우리말의 밥이면서 영어로는 브레드(Bread) 앤 밸런스(Ballance)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영양의 균형섭취를 돕는 동시에, 남북 간의 신뢰 형성과 균형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취지다.
북한주민들의 신장은 남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머리 하나만큼 작은 형편이다. 신체적 차이로 인해 심지어 서로 다른 종족이라고 말하는 외국인도 봤다. 한 달에 만원이면 아이들이 굶지 않을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스님
진솔하고 꾸준한 소통
대승적 관점에서
먼저 손 내밀어야
영담스님 : 알다시피 남북교류의 문은 완전히 닫힌 상태다. 정부가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자체의 지원도 끊어졌고 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순전히 민간의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으려니 녹록치 않다. 본래 6500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지만 절반 수준인 3200명분만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석왕사와 갈릴리교회가 각각 500명분을 맡았고, 나머지 필요한 돈은 백방에 호소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남북화해의 마지노선이다. 상호신뢰를 복원하는 접착제이자 통일한국을 여는 마중물이다.
인명진 목사 : 정부와의 마찰도 버겁다. 순수하게 헌금과 보시로 마련한 물품인데, 정부는 남북경색의 현실을 들이대며 어깃장을 놓기 일쑤다. 간식을 실은 트럭은 매주 목요일 마을로 들어간다. 아이들과의 약속은 언제나 지켜졌고, 소박하지만 정기적인 도움은 믿음을 키웠다.
정말 어렵게 싹틔운 신뢰감이다. 실정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들 모두가 감옥에 갈 각오로 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영담스님 :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 잇따르면서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남한 정부의 집착, 결코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북한 정부의 고집 때문에 남북관계는 한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상 아무리 압박을 한다 해도 변화의 시늉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북한정권이다.
여차하면 남한을 버리고 중국이나 미국만을 상대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국력은 북한과의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월등하다. 우리 정부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풍족한 형의 마음으로, 대승적인 관점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인명진 목사 : 북한정권이 무너지면 자연스레 통일이 되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제법상 북한은 엄연히 독립국가다. 국가의 거취는 북한의 인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뒤에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햇볕정책으로 남북교류가 한창 활발할 때에도 중국의 북한 원조에 비하면 남한의 지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마저 끊겨 민족정서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우려다. 유사시 ‘민족’이 아닌 ‘우방’을 택할 확률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적 지원은 우리가 동포로서 의무를 했다는 최소한의 증거가 된다. 아울러 밥을 같이 먹는 게 식구(食口)다. 북한주민들은 결국 우리 식구이고 식구의 끼니 걱정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천륜을 어기는 일이다.
영담스님 : 남북교류가 단절되면서 두 가지 악재가 발생했다. 먼저 북한 주민들이 더 단결하게 됐다.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체제의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남한에 대한 호감도와 동질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 ‘위원장’이 못 먹여 살리는 우리를 남쪽 사람들이 먹여 살린다는 기대감이 자라났다. 이제 남녘에 대한 희망을 접으면서 그들은 마음을 닫아버렸다.
또 하나는 남한에 대한 불신에 반비례해 중국에 대한 의존이 더욱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북중경협’이란 결국 북한이 생존을 위해 중국에 경제주권을 양도하는 행위다. 지하자원을 팔아넘겼고 향후 군사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나진 선봉 지역 고속도로 건설을 허용했다. 개성공단이 존속됐더라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영구분단’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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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인도적 지원은 천륜
남북 평화통일 위해
실용정부 모습 되찾길
인명진 목사 : 남북교류라는 공통의 목표 덕분에 종교 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었다. 교리의 상충으로 인해 다종교사회는 갈등의 씨앗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북교류를 비롯해 공익적 사업의 연대가, 종교화합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화합을 실천해야 한다.
영담스님 : 경전에도 보면 다툼과 갈등의 궁극적인 원인은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버티는 것이다. 진솔하고 꾸준한 대화를 통한 이해와 존중, 절실하다. 일단 종교인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생명이든 인권이든 환경이든 통일이든 우리 시대의 바른 가치들을 위해 함께 일하면서 유대를 쌓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게 종교다. 사회에 폐를 끼친다면 종교가 아니다.
인명진 목사 :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의 관심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구원하는 것이 종교의 동일한 목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엔 종교갈등이 엄존한다. 국민들에게 안녕과 평안을 줘야할 종교인들이 오히려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니 죄송할 따름이다.
일부 기독교 극단주의자들의 몰지각한 언행으로 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도 목사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스님들과 너무 가까워서 종교갈등을 체감하지 못한다. 다종교사회지만 다른 나라처럼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비화되지 않는 까닭은 불교의 넉넉함 덕분이라고 본다.
영담스님 : 남북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서해대전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그럼에도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정부의 꿋꿋한 인내였다.
진심으로 그리고 오래도록 돕고 보살피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 통일을 위해 설정해야 할 첫 번째 단계는 민간교류의 확대다. 상호신뢰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서로의 체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가 구축되어야 한다. 종교인들이 자주 만나 화합을 이루듯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해야 서로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래야만 동반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인명진 목사 : 우리 세대만 해도 막연하나마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도대체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필요를 못 느끼는 상황이다. 통일은 단순히 민족적 명분 때문이 아니라 국력의 비약적 신장이라는 실리적 차원에서도 기필코 성취해야 한다. 통일한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동등하게 동북아시아의 당당한 열강으로 일어서리라 확신한다.
정부는 청년계층에 통일한국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통일을 위한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접근은 철저히 지양돼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 표방했던 ‘실용정부’의 모습을 어서 되찾길 바란다.
사진 신재호 기자
■ 영담 스님
1966년 고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8년 고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룰, 1969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82년부터 부천 석왕사 주지로 일하며 지역문화 발전과 이주노동자 포교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불교신문 사장을 역임했고, 중앙종회의원을 5차례 지냈다.
조계종 총무부장으로 종단 종무행정 전반을 살피고 있다. 불교방송 이사장과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장,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 등도 함께 맡고 있다.
■ 인명진 목사
1946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회 사역을 비롯해 제도권과 재야를 누비며 왕성한 사회할동을 펼쳤다. 대통령 직속 행정쇄신위원회 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내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갈릴리교회 담임목사이자 기독교복음방송 대표 등으로 일하고 있다.
[불교신문 2742호/ 8월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