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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에게 가족은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스님들에게 가족이란 출가와 함께 끊어야 할 세속의 인연이다. 오직 일생일대사(一生一大事)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가족과의 인연, 혈연에 대한 애착은 자칫 수행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함께 불교에 귀의하고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스님들도 많다. 형제, 자매가 함께 출가해 서로 의지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포교하는 등 좋은 도반이 되고 있다. 다음에서는 세속 형제 사이로 함께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스님들을 소개한다.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본각스님의 형제들은 6남매 모두 출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성철스님의 맏상좌인 천제스님(큰 오빠)을 비롯해 혜근스님(큰 언니), 적조스님(둘째 언니), 보명스님(셋째 언니), 삼소스님(둘째 오빠) 등은 모두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부친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성철스님을 찾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남매 모두가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 6남매 가운데 막내인 본각스님 역시 오빠, 언니들을 따라 수행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형제들이 모두 한 길을 가고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고 슬퍼하기도 하고 함께 출가한 장점이 너무 많다”는 본각스님은 “힘들 때는 서로가 격려하기도 하고 혹시 나태한 모습을 보일 때는 서로 경책하고 경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의 인연이 불가의 사형사제 인연으로 이어진 스님들도 있다. 세속의 형제지간인 포천 동화사 주지 화암스님과 제5교구본사 법주사 승가대학장 철운스님은 근현대 불교의 선지식인 성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사형사제 사이다. 화암스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됐으며, 철운스님 역시 배움에 대한 욕구와 학문의 길을 걷기 위해 형 화암스님을 따라 출가하게 됐다. 형제가 함께 한 스승 아래서 출가해 같은 길을 걸어 온 것에 대해 화암스님은 “돌아보면 출가한 것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화암스님은 “지금도 사형사제 사이인 철운스님과 자주 연락하며 항상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가 손잡고 부처님 가르침 따라
수행의 길 함께 걷는 든든한 의지처
사형사제로 조언.경책 아끼지 않아
전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과 대구 은적사 주지 허주스님은 육촌 형제간이다. 먼저 출가한 허운스님을 따라 허주스님도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 육촌 형인 허운스님을 찾아 당시 15살 중학생이던 허주스님이 통도사 강원으로 찾아와 출가하게 됐다. 허운스님과 허주스님이 파계사 회주 성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면서 세속의 혈연은 사형사제라는 법연으로 이어지게 됐다. 허운.허주스님은 부처님의 제자로 맺어진 사형사제의 인연으로 지금껏 서로 격려하고 경책하며 정진하고 있다.
서울 법장사 주지 퇴휴스님의 동생은 미국 하와이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성원스님이다. 형인 퇴휴스님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서울 태릉선수촌법당 주지 등을 맡으며 활발한 사회활동과 포교에 나서고 있으며, 성원스님은 지난 2007년부터 미국 하와이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교와 평화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성원스님이 출가를 결심하기까지는 퇴휴스님의 영향이 컸다. 퇴휴스님은 성원스님이 불교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동국대 불교학과로의 진학을 적극 권유했다. 성원스님은 대학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고 출가를 결심했다. 동국대를 졸업한 후 성원스님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동양 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 하와이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교와 평화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퇴휴스님은 “먼저 출가한 사람으로서 성원스님에게 격려도 하고 수행자의 길에 대해 조언도 하면서 마음의 의지처가 되고 있다”며 “부처님 앞에서 같은 길을 가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 말이 쉽게 통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실원스님과 지성스님 형제도 함께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형 실원스님은 현재 해병대 2사단에서 군법사로 활동하며 군장병들을 위로하는 군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동생 지성스님은 송광사 강원과 율원을 마치고 동국대로 편입해 선학과 3학년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경험했던 수행자의 길을 동생 스님에게 조언해 줄 수 있었다”는 실원스님은 “비교 상대가 생기니 서로가 스스로 탁마할 수 있고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한 날 한 스승에게 함께 출가한 쌍둥이 스님들도 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각각 불교학과 선학을 전공하고 있는 신경스님(형)과 인경스님(동생)이 그 주인공이다. 조계종 고시위윈회 위원장 지안스님(전 승가대학원장)을 은사로 출가한 쌍둥이 스님들은 동국대 불교학과를 수석을 졸업할 만큼 학창시절 내내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동생 인경스님이 지난 2005년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2008년에는 형 신경스님 역시 동국대 불교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처럼 형제의 인연으로 시작해 부처님의 제자가 된 스님들은 한 목소리로 “출가 자체는 행복의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형제가 함께 출가한다면 서로 의지가 되고 경책도 하면서 수행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출가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출가에 대해 마음을 두고 있으면 신속하게 결단하고 실행해 옮기라”고 말이다.
[불교신문 2734호/ 7월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