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스님 / 논설위원·범어사 내원암

비온 뒤 햇빛 나는 맑은 오후는 무척 덥다. 여름이 되면 노출이 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옷과 화장 그리고 다이어트에 특히 신경을 쓰는 계절이 이 여름이다. 요즈음은 여자 남자 성별에 구분 없이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기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는 사람들은 성형수술까지도 불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고 말하지만 사회의 모든 풍토가 잘 난 외모와 젊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병이 될 수도 있고, 마음속에 번뇌를 일으켜 자신의 참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다.

외모와 젊음 좋아하는 풍토

<능엄경>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연야달다(演耶達多)라는 사람이 있다. 이 연야달다는 착각에 빠져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사는 사람이다. 항상 거울을 보다가 어느 날 연야달다는 크게 착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 머리가 거울 속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져 미쳐버리게 된다. 그는 거리를 오가며 외친다. “나의 머리를 찾아 주시요”라고 말하는 그를 사람들은 미친 사람 취급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 착각을 깨어주었다. “네 머리는 그대로 있다. 머리를 만져 보아라” 라는 말씀에 연야달다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 내 머리는 원래 그대로구나’라고 자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야달다의 이야기는 경전속의 비유이긴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편, 자신과 사상이나 문화적으로 달리하고 취향에 맞지 않으면 배척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연야달다처럼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외모에 집착함도 그 깊은 내면을 관찰해 보면 ‘나’라고 하는 굉장한 욕심의 산물이 아닐까? 그렇다고 지금부터 모든 욕심을 버리고 아무생각 없이 자신의 외모도 꾸미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 강한 욕심이나 집착은 자신도 병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욕심을 가지고 산다. 이것을 우리는 비난할 수는 없다. 또 나쁜 것이라고만 취급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름 쯤 지나면 더운 여름이다. 지나친 욕심과 집착은 자신의 마음속에 번뇌의 불을 더욱더 활활 뜨겁게 할 것이다. 한번쯤 내면의 관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뜨거운 번뇌의 불을 조용히 생각해보자.

변하는 자신에서 자유로워야

얼마 전 스승의 날에 평소 잘 알고 지냈고 필자가 기본교리를 가르친 70세를 넘은 노처사님이 찾아 왔다. 불경과 선어록 등 탐독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박학하신 분이다. 재가자이지만 평소 존경했던 분이다. 아주 오랜만에 함께 햇차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필자는 마음속으로 ‘아 실망스럽다!’라고 생각했고, 평소 교육포교에 매진했던 한 사람으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처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스님! 좀 더 늙으면 토굴 짓고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칠십이 적은 나이인가? 더 늙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 여러 생각이 들면서 필자도 반조해본다.

그리고 일반 재가자에게 어떻게 전도해야할 지 생각해본다. 계절은 춘하추동 바뀌고, 우주는 성주괴공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은 늙어가고 물은 계속 밑으로 흐른다. 더 늦기 전에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변화하는 자신에서 자유로워지자.

[불교신문 2722호/ 5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