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심리치료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불교학 전통과 서양에서 도입된 상담심리학의 상호관계를 고찰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중앙승가대 대학원이 10월 21일 본관 4층 대강당에서 ‘불교학과 상담심리’란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는 초기불교를 비롯해 밀교, 사회복지, 유식, 명상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심리치료와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먼저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미산 스님은 초기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중도적 가치관과 사성제의 진리관, 그리고 불교의 인간관과 집착을 바탕으로 번뇌론이 실제 상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고찰했다. 팔정도․사념처․사무량심 등 불교의 핵심수행법을 활용한 여러 불교상담 프로그램을 소개한 미산 스님은 “상담심리에서 고통의 현장에 바짝 다가가 매우 친절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다급한 고통을 해결해주고 희망의 길을 열어주듯이 불교도 자신만의 교학이나 수행전통의 틀에 갇혀있지 말고 참신한 전달방편과 언어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며 “디지털 정보시대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보다 쉽고 빨리 인지하고 삶에 체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행법들도 과감히 연구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 종석 스님은 ‘만다라와 심리치료’란 주제를 통해 만다라가 자기의 내면세계의 실상을 파악하게 하고 나아가 그것을 본래적이며 우주적인 레벨로 향상시키는 이른바 영성추구의 도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고찰했다. 스님에 따르면 만다라는 △자신의 내면의 실상을 파악하는 도구 △자기 내면세계를 향상시키는 도구 △소우주인 개인의 리듬을 대우주의 리듬에 조화시켜 부조화를 조화롭게 변화시키는 도구다. 따라서 만다라 제작은 자연이나 제작자를 대변하는 상징물로서 만물의 생성과정은 물론 우주의 한 존재인 개인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가서는 본래의 위치로 회귀하게 하는 통로이자 치료법이 된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동국대 겸임교수 서광 스님은 불교심리학을 대표하는 유식30송을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적 의미와 용어로 전환함으로서 현대인들이 보다 쉽게 유식의 가르침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했다. 유식치료의 개념부터 상세히 설명한 서광 스님은 유식치료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5단계 과정을 제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즉 거친 행동과 말․생각을 치료(1단계)→자각의 증진(2단계)→대상(현상)의 실체를 깨달음(3단계)→자아의 실체를 깨달음(4단계)→깨달음의 완성(5단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서광 스님은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치료)은 불교를 핵심적으로 수용하고 통합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유식치료가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치료)의 방법론을 도입한다면 유식치료자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동방대학원대 자연치유학과 교수 인경 스님은 명상치료의 정의와 중요한 기술적인 절차로 염지관(念止觀)의 구체적인 용어정의, 염지관 명상의 핵심주제인 느낌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세밀한 논의를 전개했다. 스님에 따르면 염지관이란 몸에 일어나는 느낌과 느낌을 조건으로 발생되는 마음의 현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알아차리고[念], 온전하게 경험하는 것이고[止], 그 느낌의 발생과 머무름, 소멸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觀]이다. 이 염지관 명상이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깨어있음의 영적 체험으로서 마음 평화[定]와 깨어있음[慧]에로 안내할 것이라는 게 인경 스님의 주장이다. 특히 스님은 이날 구체적인 염지관 명상치료 과정과 그 결과를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각 스님은 상담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영역의 독특한 특징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차별화된 노력을 했는지를 통해 사회복지상담의 방향을 고찰했다.
한편 이날 논평자로는 조준호(고려대), 허일범(진각대), 이혜숙(동국대), 최훈동(한별정신병원), 임승택(경북대) 박사 등이 참여했다.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