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호법부장에 임명된 상운스님은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다.
‘아직 업무파악도 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호법부 일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었다. 호법부의 기본 업무 뿐 만 아니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담당 실무자의 브리핑을 듣고 이에 대한 진행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호법부의 설명이다.
아닌 게 아니라 종회 인준과 끝나고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후 매일 오전은 업무보고를 받느라 분주해 보였다. 게다가 재무부장에서 자리를 옮겨온 터라 신임 재무부장 성월스님도 수시로 상운스님 방을 찾아왔다.
호법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소감을 물었으나 즉답은 하지 않았다. 전 호법부장 덕문스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공석이 된 자리였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상운스님의 호법부장 발탁에 대해 “상운스님만큼 공심으로 일하는 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조계종 33대 집행부의 새로운 화두가 된 ‘공심’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상운스님은 그러나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과분한 말씀’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호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확고했다.
“최근 의학도 치료와 함께 질병을 미리 막는 예방의학이 대세인 것처럼 호법부 역시 예방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도둑을 잡으러 다니고 벌주기보다는 종도들이 출가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운스님은 “호법부가 칼자루를 쥐고 흔들기보다는 승가의 위의에서 벗어나는 일을 예방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방접종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병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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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임 호법부장 상운스님. |
상운스님은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이라며 “종단의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 철저한 조사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사와 징계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수행집단”이라는 것이다.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과정의 부정한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 물었다. 금권선거의 의혹은 매번 선거에서 불거져 나왔으나 실제 현장이 적발되거나 처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상운스님은 “추석 이후 종단차원의 선거관련 담화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중과 본사, 계파를 막론하고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스님은 “호법부 인원이 나를 포함에 10명인데 24개 교구본사를 모두 커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최선을 다하겠지만 종도들의 의식수준도 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단에 자정능력이 있음을 믿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6일 중앙종회가 호법부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종회의원 일문스님은 “그간 호법부는 고위직 스님들에 대해 기소나 조사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 종도들의 불신이 크다”며 이에 대한 신임 호법부장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해인사와 불국사, 부산 소림사 등 정치적으로 힘 있는 일부 사찰에 대한 비리조사요구에 호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상운스님은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 법 적용을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은 “종도는 종법 아래 평등하며 고무줄처럼 사람에 따라 늘여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법적용은 누구나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신임 호법부장의 입장은 이후 호법부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운스님이 차기 범어사 주지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상운스님은 “수처작주다. 종단을 위해서 주어진 소임을 다할 뿐”이라는 말로 이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상운스님은 1951년생으로 능가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재적본사는 범어사다. 13, 14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내며 종책모임 금강회에서 활동하면서 중앙종회 사무처장, 동국대 감사를 두루 거쳤다. 33대 집행부 출범 직후 총무원 재무부장 임명되어 상조사업, 조계종출판사 주식회사 전환 등 종단 수익사업을 선두에서 지휘했으며 분담금 현실화 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