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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먹는 러 사제들… '신들의 정상회의'서도 K문화 화제, 세계 종교 한자리에...정범스님(25기),문종스님(33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9-20 16:31
조회 : 5,390  

세계전통종교지도자회의에 한국을 대표해서 참석한 조계종 정범스님(왼쪽)과 문종스님. /조계종

카자흐 '세계 종교 지도자 회의' 참석 조계종 정범스님
한국 대표로 자비와 평화의 메시지 전해
"세계 평화 논의하며 한반도 상황 생각"
"러시아 사제가 먼저 K팝과 김밥,라면 얘기 꺼내"

전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집결해서 세계 평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 대화를 이어간 ‘제8차 세계 전통종교 지도자회의’가 지난 17~18일 열렸다. 가로로는 아시아와 유럽, 세로로는 러시아와 인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이 문명과 종교의 가교역을 맡겠다는 취지로 2003년 창설돼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직전 7차 회의(2022년) 때는 프란치스코 당시 교황이 참석했다.

17~18일 카자흐스탄 세계전통종교지도자회의에 참석한 각 종교 지도자들이 카자흐스탄의 종교 유적을 견학하고 있다.
/정범스님 제공
17~18일 카자흐스탄 세계전통종교지도자회의에 참석한 각 종교 지도자들이 카자흐스탄의 종교 유적을 견학하고 있다. /정범스님 제공

천주교, 정교회, 대승불교, 소승불교, 수니파, 시아파 등 대형 종교의 주요 종파들 뿐 아니라 인도의 자이나교, 미국의 몰몬교, 일본의 신토와 창가학회, 중국의 도교 등 그야말로 전세계의 모든 신들의 대리인이 참석한 자리였다. 한국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은 해외특별교구장 직무대행 정범스님과 국제전법단장 문종스님을 파견했다. 정범스님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비롯한 각 종파·종단 수장들과 함께 원탁에 앉았다. 그는 연단에서 대독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메시지를 통해 “아무리 과학 물질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인간 내면의 괴로움을 없앨 수 없다”며 마음을 깨쳐 평안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탁에서 내 양옆에 앉은 분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를 나눴는데, 한 분은 이탈리아 무슬림협회 부회장을 맡고 계신 이맘이었고, 다른 한 분은 케냐에서 온 가톨릭 사제였어요. 종교가 얼마나 다양한 색채를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아니겠습니까.” 그는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중앙아시아 나라에서 서로 다른 종교지도자들이 대화를 위해 만났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했다. “카자흐스탄 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도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회의를 개최해왔어요.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갔고 유라시아 각지역을 연결해주는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는 종교간 가교역을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전통종교지도자회의에서 정범스님이 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정지섭 기자

정범스님은 “전쟁이 종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때로는 아주 신랄하게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회의가 2003년 창설된 뒤 회를 거듭하고 안착되면서 이제 ‘할말은 하고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종교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각 종교 지도자들의 호소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계 유일한 분단지역인 대한민국 상황을 떠올리게 됐어요.” 그는 “치열하게 토론을 전개한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런 행사에서조차 한류의 힘을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세계 전통 종교지도자회의에 참석한 조계종 정범스님(왼쪽)이 동양권에서 온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정범스님 제공

이번 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를 비롯해 러시아 정교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곳곳에서 검은 사제복에 금 장식을 두른 정교회 사제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정범스님이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른바 아이스브레이킹(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것)을 할 때 ‘K컬처’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랑 인사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 식구들이 K팝 아이돌 열성 팬이다. 정말 한국에 꼭 한 번 가고 싶어 한다. 김밥이랑 라면만 먹는다고요.” 이번 회의에서 한국어는 카자흐어·영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과 함께 공식 언어로 채택됐다. 참가 대표단이 단 한 곳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1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막한 세계전통종교지도자회의 참석자들. /카자흐스탄 상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수렁으로 빠져든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종교 지도자들은 저마다 ‘평화’를 얘기했지만, 전장(戰場)에서 온 참석자들의 말에는 다소 날이 서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주요 분파 중 중부·동부 유럽계 ‘아슈케나짐’과 이베리아 반도 중심의 ‘세파르딤’의 최고 랍비가 참석했다. 칼만 메이르 베르 아슈케나짐 최고 랍비는 “이슬람과 유대교·기독교 모두 한 분의 하느님을 섬긴다”면서도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우리를 죽이려는 이들에 맞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하마스와 지원 세력을 겨냥했다. 다비스 요세프 세파르딤 최고 랍비가 “이스라엘은 신이 이스라엘인들을 위해 만든 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을 때 회의장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슬람 진영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이란 대통령 직속 기구 이슬람문화기구의 모하마드 메흐디 이마니푸르 대표는 “(하마스의 본거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의 진실을 알리는 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로 가자지구의 민간인이 고통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피해자 서사’에 반박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무함마드 유수프 파키스탄 종무·종교화합부 장관은 “종교 강요는 이슬람의 가르침이 아니며, 종교는 갈등의 도구가 아닌 화해의 샘이 돼야 한다”며 이슬람 근본주의와 이슬람 공포증 양쪽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긴장감이 감돌았던 회의장 분위기는 휴식 시간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악수하며 명함을 교환하고, 담소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카자흐스탄은 유목민 전통과 옛 소련 시절 기억을 함께 가진 나라다. 국민 중 이슬람 교도(61%)가 다수지만 기독교도(22%)도 상당수 있으며 다종교·다민족 공존의 세속주의를 지향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구촌 곳곳에서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인간 본연의 가치에 뿌리를 둔 종교 간 건설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해외특별교구장 직무대행 정범 스님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모든 생명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인식해 폭력과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고 이해와 존중, 자비와 지혜가 가득한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종교의 지도자들도 종파를 초월해 지구촌의 위기 해결에 앞장서자고 호소했다.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산 기슭 고미타케 신사의 오사노 마사시 구지(신사 최고 책임자)는 “후지산도 영구 동토층이 녹고 수목 한계선이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확연하다”며 대화 의제에 기후 문제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의 패트릭 키런 장로는 “기도와 명상의 장소이자 피난처인 성전(聖殿)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듯 소통하자”고 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인도적 위기에 처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은 서두에서 “밤비노 제수 어린이 병원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명시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교황청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 병원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온 난민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해왔다.






 (조선일보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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