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와 인문학을 아우르는 200여 편의 논문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수록한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끝없는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단순한 힐링이나 자기계발을 넘어 새로운 길을 제시한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을 최근 펴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 이사장 겸 회장,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부회장, 동국대 교책 연구 기관인 선·교·율 실천연구소 소장 등 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현스님은 이 책을 통해 ‘현실 긍정, 욕망 승화, 인식 환기, 걸림 없는 자유’라는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핵심 사유를 중심에 두고, 삶 전체를 바꾸는 ‘관점 전환’의 힘을 강조한다.
물질문명이 가져온 풍요와 함께 나타난 공허,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정신적 가치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이 책은 단순한 명상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핵심 사유와 수행 전통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정신적 위기에 응답하고자 한다. 특히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토대로, 공자와 노자로 대표되는 유교·도교의 사상, 불교 전래와 위·진남북조의 혼융, 당나라 혜능의 돈오, 송대 대혜 종고의 일상적 수행론 등 동아시아 정신문화 변천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러한 사유가 삶과 분리되지 않고 이미 완전한 본성을 환기하는 수행, 곧 선(禪) 수행 전통으로 어떻게 완성됐는지 보여준다. 스님은 “나아가 이러한 탐구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수행 전통에 이르게 되는데, 바로 선불교 수행 전통”이라며 “곧 선불교는 수행을 삶과 분리시키지 않고, 일상의 갈등과 욕망 속에서 관점을 전환해 곧바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계보와 그 속에서 꽃핀 선 수행 확립의 역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마음 혁명의 길을 열어줘 주목된다.
자현스님에 따르면 인류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해 왔지만, 현대 사회의 물질적 성취만으론 충족되지 않는 결핍을 안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요가나 마음챙김 명상 등이 유행처럼 번졌으나, 이러한 흐름은 스트레스 해소나 자기계발 등의 목적에 치우쳐 상업화되는 등 종종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한계는 명상의 본질적 지향을 희석시키고, 인간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놓치게 만든다.
마음 혁명

반면 동아시아 전통은 고대 중국의 사상적 토대를 바탕으로, 인도의 불교를 수용하면서도 독자적 전환을 이뤘다.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서의 자각과 혁신을 강조했다. 때문에 스님은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특징을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현실 긍정-불완전한 현실을 도피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욕망 승화-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것을 성찰과 성숙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삼는다. △인식 환기-점진적 수행보다는 눈을 뜨는 순간(돈오)을 통해 전환적 깨달음을 중시한다. △걸림 없는 자유-출가나 극단적 수행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자유롭게 깨달음을 실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타자와의 충돌 없음(조화)-‘무엇이 옳다’라는 강요 대신, 현재의 행복 문제에만 집중하며 타자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다. △미학적 삶-내세가 아닌 현세, 초월이 아닌 지금 이 자리에서 인간의 삶을 미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를 중시한다 등이다.
특히 ‘현실 긍정’, ‘욕망 승화’, ‘인식 환기’, ‘걸림 없는 자유’는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 지점이다. 이는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원론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일시적 안정이나 단순한 심리적 위안을 추구하는 오늘날 우리의 한계를 넘어선 ‘관점 전환의 힘’이다. 그래서 스님은 “이 힘이 우리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동아시아 정신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불교·유교·도교가 서로 얽히고 뒤섞이며 전개된 탓에 그 구조가 복잡했던 만큼 동아시아 전통은 늘 어수선한 상태에 머물렀다. 그만큼 학문적, 대중적으로도 제대로 조명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미진했던 작업을 본격화하고,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고유한 흐름을 하나의 맥락으로 종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불교신문 2025.11.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