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달고 모이 주는 등 방생 가치 되새겨
안행하며 폐사지 순례…사찰 복원 운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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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사 일요가족법회는 느리게 걸으며 산속 생명과 교감하는 산행이다. |
6월 13일 정오가 조금 넘자 경기도 광주 청량산 장경사 경내가 부산해졌다. 대부분 일요법회 후 한산하던 여느 사찰과는 풍경이 달랐다.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부부들로 활기가 넘쳤다. 한 분이 묻는다. “여기가 일요일마다 산행하며 방생 공덕을 쌓는 절인가요?”
청량산 남한산성 장경사(주지 의연)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일요가족 산행법회(회장 문재실)를 연다. 6월 13일 동행한 산행법회는 무척 자유로웠다. 비가 온 뒤라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다던 의연 스님의 말은 기우였다. 30여 명이 산행법회에 동참했다. 이날 산행 코스는 장경사에서 출발해 한흥사지, 남단사지, 수어장대에 위치한 천주사지와 국청사지를 거쳐 옥청사지 돌았다. 약 10km에 이르는 긴 산행이었다.
장경사의 산행법회는 특별했다. 느리게 걸으며 산속에 깃들어 사는 생명은 물론 모든 것들과 교감하면서 걸어야 했다. 박새, 지빠귀, 동박새, 멧새, 곤줄박이 등 토종 텃새를 방생하며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도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산행 중에는 꼭 새 모이를 들고 물가나 새 집 주변에 뿌려둔다. 한 주 전에는 산행법회 처음으로 새 집 20개를 걸어뒀다. 산란기에 알을 부화시킬 곳이 없을 때 요긴하게 쓰라는 배려였다.
장경사는 그동안 겨울철 먹을거리가 떨어진 날짐승들에게 모이 주기 운동을 전개해왔다. 이것이 발전해 토종 텃새들을 숲에 방생하게 된 것이다. 장경사에서 시작된 이 생명 살림 운동은 이제 궤도에 접어들어, 곧 한국조류협회와 공동으로 조류 방생 운동을 펼치게 됐다. 의연 스님에 따르면 한국조류협회가 남한산성 인근에서 서식이 가능한 토종 텃새들을 장경사로 위탁, 방생을 펼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도량 곳곳의 헌 기와조각 위에 놓인 새 모이만 봐도 장경사의 마음씀씀이를 알 수 있다.
의연 스님은 “사람과 짐승들의 삶터가 다르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생뿐만 아니라 산행법회에 동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명상이다. 대다수의 참가자가 숲속에서 폐사지에서 경험하는 호흡법과 명상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머리와 가슴을 정리해주는 휴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의연 스님이 이날 처음 시도한 안행은 단연 인기였다. 기러기 행렬처럼 일렬로 걸으며 손은 단전에 모으고 발뒤꿈치는 살포시 들었다. 처음에는 무척 어려워하던 참가자들은 점차 얼굴이 평온해졌다.
남한산성 성곽 8.4km를 따라 산재한 8개의 폐사지 참배도 인기다. 승병들이 주석하며 산성을 보수하고 지켰던 사찰 8곳이 있었으나 현재 장경사를 비롯해 망월사, 개원사만 존재한다. 산행법회에 참가한 이들은 폐사지 곳곳을 둘러보며 왜 폐사지를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연 스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소문이 퍼지자 여기저기서 부부단위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일요가족 산행법회가 더 없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엔 등산에 자신 있어 선두에 섰다가 산 타러 왔냐는 핀잔만 들었죠. 천천히 걸으며 산에 깃든 생명들과 교감하고 명상도 하면 마음이 느긋해져요.”(남양주시 홍춘택 씨)
“산행 중 호흡법을 겸한 명상을 해봤는데 참 좋았어요. 조용히 사찰만 다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법회를 하니 절로 발걸음이 장경사를 향합니다.”(안산시 이운희 씨)
상황이 이러니 산행법회에 참 매력을 느낀 신도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스스로 조끼와 티셔츠를 맞췄고 인연이 닿는 이들에게 추천해 꼭 산행법회에 동참시킨다.
장경사 주지 의연 스님은 “일상에서 하루 정도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해야 이롭다”며 “산행법회는 남한산성을 따라 느리게 숲속 길을 걸으며 명상, 안행 등 수행도 하고 산에 깃든 생명들과 교감하는 열린법석”이라고 설명했다. 031)743-6548
장경사=최호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