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로그인 | 회원가입 | ID/PW 찾기  
동문동정
홈 > 동문_동문마당 > 동문동정
     동문동정 입니다.
         
[논설위원 칼럼] 주지학〈住持學〉이 필요하다...보광스님(8기, 기대표)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10-04-19 17:58
조회 : 9,835  

절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먼저 주지 스님부터 찾는다. 행정관청에서 나와도 그렇고, 걸인이 오더라도 일단 주지 스님에게 먼저 면담을 신청한다. 처음 오는 신도들도 무조건 주지 스님이 어디 계시느냐고 묻는다. 아마도 스님들의 소임 가운데 주지 스님이 가장 높은 줄 아는 모양이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신도들이 불공을 하더라도 노전 스님이나 부전 스님이 아무리 잘해도 주지 스님이 축원을 해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막중한 소임이 주지라고 한다면, 주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처야 할까? 지금까지는 특별한 과정이나 교육 없이도 법랍만 높으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주지가 되기 위해 소양교육을 받아야 하고 선원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안거를 거쳐야 한다. 참으로 좋은 호시절은 다 지나가고 말았다. 그러면 며칠간의 소양교육이나 안거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참에 주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목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주지학(住持學)이라고 하면 무례가 될까? 일본에서는 아예 직업의식을 부여하여 주직(住職)이라고 한다. 단순히 아마추어적인 소임으로서의 주지(住持)가 아니라, 프로의식을 가진 직업으로서의 주직(住職)이라고 한다. 필요한 과목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는 성직자로서의 자질이다. 성직이란 부처님의 적자(嫡子)로서 부여 받은 종교적인 의식 집행과 신도를 위한 염불, 기도, 천도, 제사, 불공, 축원, 수계 등의 그야말로 성직(聖職)이다. 이는 철저한 타력적인 의식이다. 여기에 대한 이론과 실제가 겸비하여 종교의식의 집행에 여법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수행자로서의 자질이다. 스님들은 단순한 성직자가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는 끊임없는 수행정진이 필요하다. 아무리 염불을 잘하더라도 수행력이 없다면, 자신의 발전과 남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이는 철저한 자력적인 수행으로 법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다. 주지 스님은 불교교리에 밝아 법회에서 설법하고 신도들을 교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주지 스님이 법문을 못해 법회 때마다 초청법회만을 할 수는 없다. 법상에 오르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서는 주지 자격이 없다. 신도를 교화하고 제자를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경영자로서의 능력이다. 절 살림이 빈궁하여 대중도 거느리지 못하며, 혼자서 겨우 살아가고 있다면 어찌 주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사중의 규모를 넓히고 신도를 오게 하며, 사회봉사라도 하고 이웃에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당우에 비가 새도 고치지 못하고, 불전에 조석으로 향화를 올리지 못한다면 주지의 자질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절 살림이 청빈한 것만을 자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섯째는 행정가로서의 능력이다. 주지는 한 살림을 맡아서 살고, 가람을 유지 관리하여야 한다. 도량을 정화하고 삼보정재를 늘려가며 환경을 미화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종무행정을 비롯하여 법률적인 문제, 재무회계, 문화재관련법 등 자신과 관련 있는 행정에 대해서는 처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이다.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어 마음에 평안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이를 잘 수행하자면 상담에 대한 기법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지 스님의 인격적인 자질이다.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어 주민들로부터 귀의처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주지학을 교육하는 교육기관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