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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참된 출가란 무엇인가...보광스님(8기, 기대표)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10-03-17 11:21
조회 : 11,392  

며칠 후면 부처님께서 왕사성을 버리고 출가하신 날이다. 자신을 후계자로 하늘같이 믿고 있던 정반왕과 백성의 뜻을 저버리고, 사랑하던 야소다라 공주와 라훌라까지 이별하면서 시종만 데리고 왕사성을 나오신 것이다. 전날의 파티 자리는 아수라장과도 같았으며, 춤추고 노래하던 무희들은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날따라 왕사성의 개들도 짖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으며, 정적이 감도는 날이었다. 고다마 싯달타의 출가를 눈치체고 있었던 부왕은 어떻게 하든지 말려 보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허사였다.

태자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수행자의 옷을 얻어 입고 명상에 잠겼다. 출가하는데 본사나 은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계산림을 한 것도 아니었다. 참으로 위대한 출가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시작되었다. 단지 출가의 뜻이 간절하였을 뿐이었다. 오로지 구도의 정신과 생사의 해탈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이러한 부처님을 본받아 우리들도 출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출가는 혼자서 할 수 없고, 그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집단화 되어 있다. 출가정신보다는 형식적인 자격과 심사가 쉽지 않다. 먼저 출가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장애가 없어야 하며, 사회적인 일정한 학력이 있어야 하고, 부모로부터 동의를 받고, 은사를 정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절대 출가할 수 없다. 옛 조사들 가운데도 늦게 발심하여 도를 이룬 사람들도 있었고,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보다 나이 많은 제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종단에서는 세속나이 50이 넘으면 절대 불가하다고 한다.

참된 출가란 무엇인가?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보리심일 것이다. 참된 발심(發心)을 하였는가, 못하였는가 하는 것이 출가심사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고, 정량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 심사 위원들이 참된 출가자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과거의 선지식들은 한 마디를 들으면 알았고, 그 모습만 보아도 미래를 예측하였다고 한다. 오조 홍인대사에게 일자무식꾼의 나이 많은 더벅머리 노총각이 찾아 갔을 때 그 자리에서 출가를 허락하였다. 나이가 몇 살인가. 학력은 어디까지 나왔나. 신체적인 장애는 없는지 의사의 증명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오직 한 미디의 물음으로 그 인품과 발심을 알아보고, 소임을 주었던 것이다. 후원에 가서 방아 찧는 일이었다. 그 뒤에도 홍인선사는 노행자의 공부를 점검하였고, 아무도 모르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전하였다.

요즈음 대학에도 입학사정관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정한 성적기준에 해당하는 학생만을 뽑던 것을 미래의 잠재력을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설사 지금은 학생의 성적이 조금 부진하더라도 미래에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려서 입학을 결정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학사정관의 양심과 능력이다. 참으로 눈 밝은 사정관이라면 10년, 20년 후의 학생의 장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만약 눈 어두운 사정관이 정실에 끌려서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생의 장래를 망칠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눈 밝은 사람이라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여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불교계에서도 출가제도를 일정한 기준에 의해서만 허락 할 것이 아니라 눈 밝은 선지식이 참된 발심자를 뽑을 수 있는 제도적인 융통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와 인연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이 늦게 출가하고자 가족과 헤어진 후 찾아 왔다. 그때 종단의 기준으로 3개월이 모자라서 결국 출가를 허락 받지 못하고 무사승(無師僧)으로 지내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포교하며 정진하고 있다. 무엇이 참된 출가일까?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1040호 [2010년 03월 16일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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