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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광 스님은 “연꽃을 보며 소박한 기쁨을 찾고 깨달음의 의미를 배운다”고 했다. |
“봄이면 연둣빛으로 산을 덮고 여기저기서 산 벚꽃이 수를 놓으며, 여름에는 푸르름이 더하여 깊은 바다와도 같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고, 눈으로 덮인 겨울산은 마치 설산을 연상케 한다, 얼마 전부터는 이수봉 산마루가 마치 부처님 얼굴과도 같은 모습을 나투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산을 보고 합장하며, 혼자서 청계산 와불봉(臥佛峯)이라고 이름 붙여 보기도 했다.”
출가 수행승이자 학자로 한 생을 살아가고 있는 청계산 정토사 주지 보광(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스님에게 있어서 청계산 정토사는 극락정토다. 그래서 좀 더 극락정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도량에 연지(蓮池)를 만들어 연꽃을 심고 백일홍과 소나무를 둘러 심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수행은 물론 학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는데도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스님은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서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꼬인 문제를 풀어갈 해법을 찾는가 하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렇게 정리한 생각들을 글로 풀어냈다.
도량에 핀 연꽃을 보면서 소박한 기쁨을 찾고 연꽃과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보광 스님은 연꽃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깨달음의 의미를 배우고 삶 속에 실천하며 살고자 그동안 써놓았던 많은 글들을 모아 『연꽃이 피었습니다』로 엮어 냈다. 그래서 책 속에는 출가자로서 소박하면서 잔잔한 일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잊지 못할 그리운 사람들과의 인연이야기,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생활의 추억이 들어 있다. 때문에 수필집으로 불린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깊은 고민을 담아 풀어낸 불교 종책에 대한 제언의 글에서는 칼럼의 양태를 보이고 있어, 한편의 칼럼집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산사의 새벽은 어디라도 싱그러우며 고요하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 지나고 별빛도 희미해질 때면 사미는 천근같은 몸을 일으켜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면 새벽잠이 없는 노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19쪽-”
‘산사의 새벽’에 실린 글에서는 출가수행자의 하루를 여는 풍경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인연의 밧줄 끊기’에서는 출가승이면서 학자로 살아가는 고단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출가한 지 서른 해 지나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화두는 ‘깨달음을 어떻게 사회에 실현시킬 것인가’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얼마 전 대각사상연구원을 개원했다.
(…) 나는 이미 ‘성불’이라는 출가사문의 대과제를 다음 생으로 미루었다. 그리하여 지난 세월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 ‘깨달음의 사회 실현’을 위해 정진할 것이다.-144쪽-”
그런가 하면 「법보신문」1034호 논설위원 칼럼에 실린 ‘출가자의 부모’를 ‘아버님의 영전에’로 바꿔 실은 글에는 세속에서의 연을 외면할 수 없는 수행자의 인간적 번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출가자는 부모를 잊는 공부를 하지만, 그 부모는 자식을 오매불망 잊지 못한다. 나 역시 집 떠난 지 40여 년이 되다보니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면서 부모를 멀리하여 왔다. 마치 그것이 올바른 수행자인 양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어머님의 팔순을 핑계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양친을 모시고 어른들에게 공양을 낸 적이 있었다.-245쪽-”
『연꽃이 피었습니다』는 이처럼 수행승, 학자, 그리고 「법보신문」의 논설위원 입장 등 다양한 시선으로 자연과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책은 누구라도 읽기에 걸림이 없다. 1만 5천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