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수원 봉녕사에서 열린 ‘2009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 행사.
종단 차원에서 사찰음식 대중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이번 사업은 ‘웰빙’이라는 사회적 관심사에 호응하고 국가적인 사업 전개에 발맞춘다는 의미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먹을거리에 집착하는 잘못된 음식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뜻이 더욱 크다. 사찰음식 대중화 사업이 왜 기획됐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살펴본다.
지역별 현황 DB 구축…표준화 계량화
전세계 통용 ‘사찰음식’ 용어 특허출원
◆ 사찰음식 대중화 배경
사찰음식 대중화 사업에 종단이 나서게 된 것은 사회적 기반이 조성된 까닭이 크다. 10여 년 전부터 잘 먹고 잘 살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웰빙’이 성행하고 이에 따라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갔다. 불교계도 지난 2002년부터 템플스테이를 본격 시행하면서 먹을거리뿐 아니라 정신건강의 고양을 이끌어갔다. 템플스테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는 것과 먹는 것. 특히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찰음식은 또다른 좋은 먹을거리로 각광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사찰음식=건강식’이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확산돼갔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 한식의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사찰음식도 한국문화콘텐츠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에 수출할 한국 브랜드로 사찰음식이 적격이었던 것이다.
사회적인 기반과 정부의 이해관계, 불교계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결과가 사찰음식 대중화 사업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이번 사업에 투여한 예산 배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2억5000만원을 지급한 정부는 올해 6배에 이르는 15억 원을 지원했다.
종단 또한 사찰음식을 올바르게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옛부터 사찰음식은 사찰 혹은 스님 개인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사찰음식이 각광받으며 이를 상업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본래 모습을 잃고 변질되고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종단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올바른 먹을거리 보급과 함께 발우공양으로 대표되는 정신문화까지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 이번 사업이다.
사찰음식조사단이 지난 2월 중국 항주 영은사 후원을 방문한 모습.
◆ 올해 사업 방향
종단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사업 형식으로 추진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사찰음식조사단이 구성되고 1차년도 사업으로 대전과 충청권역 사찰을 조사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종단은 이미 2006년부터 사찰음식을 대중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도표 참조>
올해 사업은 조사.연구 및 교육, 사업 및 홍보, 콘텐츠 개발이라는 3대 분야로 구분해 진행된다. 조사.연구사업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각 지역 현황조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조리법을 표준화.계량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대중화의 핵심이다. 사찰음식이 사찰이나 전문가만이 조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편이다.
‘사찰음식’이라는 용어에 대한 특허출원도 추진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확한 표기를 갖추고 사찰음식을 이미지로 표현해 상표 출원하는 데까지를 목표로 두고 있다. 올바른 사찰음식 보급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다. 조계종 문화부는 교육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해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구상이다. 거점 지역과 사찰에 사찰음식교육관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홍보사업에도 전념할 계획이다. 사찰음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영상물과 홍보책자 발간, 홈페이지 개설 그것이다. 국내외 대표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해외로는 뉴욕세계음식박람회에 공식 참석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사찰음식을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도 시행된다. 대상으로는 기초 장류(된장, 고추장)와 발효 효소, 차 종류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이들을 고유 브랜드로 만들고 판매처를 개발하는 일도 이뤄진다.
◆ 종단 중·장기 계획
사찰음식 대중화는 6개년 사업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추진되는 사업의 핵심은 대중화 기반을 다지고 세계화까지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사찰음식을 무형문화재로 등록시키는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이와 함께 사찰음식 전문가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세계적인 ‘셰프(chef)’로서 위상을 세우기 위해 ‘명인(名人)’ 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사찰음식을 영양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기존 교육시스템을 확대해 사찰음식학과 증설과 함께 동국대, 중앙승가대 등 일반대학 등에서 학과 또는 강좌를 늘려나가 전문가 양성에 매진한다는 계획도 미래 청사진 가운데 하나다.
음식재료 전용 재배공급지를 지정할 계획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원활한 식재료 공급을 위한 방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완제품뿐 아니라 식재료까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유통망 확보도 구상 중이다. 가칭 ‘사찰음식회사’의 설립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사찰음식이 먹을거리를 넘어 ‘문화’로 수출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사찰음식과 관련한 사료와 설화 등을 모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한다. 출판과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캐릭터 등 문화콘텐츠 제작이 진행된다. 허영만 씨의 만화 ‘식객’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고유한 음식문화를 가진 사찰을 순례하고 사찰소유 농지를 활용해 친환경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사업도 콘텐츠 개발의 일부다. 문화콘텐츠의 총화는 ‘사찰음식관’으로 귀결된다. 이곳은 사찰음식의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며 유통하는 공간으로서 활용되며, 각 지역사찰과 교구본사별로 4~5곳 정도 건립하겠다는 것이 종단의 구상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사찰음식 대중화는 불교의 대사회적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환경.생태 보전 등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도 크다”며 “특히 음식문화의 상품화와 관광자원화, 세계화를 통한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세간에서 이른바 ‘뜨는 음식’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종단이 이에 대해 전념하는 것은 문화재로서 중요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찰음식은 유형과 무형을 모두 갖춘 종합적인 문화재로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효탄스님은 사찰음식이 한식과 궁중음식과는 다른 차별성을 강조했다. 물론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찰음식은 그 자체로 몸에 좋지만, 단순히 몸에 좋은 먹을거리보다 하나의 ‘문화’로서 인식되기를 바랐다. 스님은 사찰음식의 우수성의 사례로 ‘발우공양’을 꼽았다.
<사진>총무원 문화부장 효탄스님은 “음식을 먹는 것은 기력을 돋아 도업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신문화를 고양시키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불교에는 발우공양이라는 음식문화가 있습니다.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남은 찌꺼기 물까지 모두 자신이 소화합니다. 한 해 18조원에 이른다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남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발우공양에 담긴 정신문화도 사찰음식 대중화를 종단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유가 됐다. 발우공양을 하기 전, 독송하는 게송이 ‘오관게(五觀偈)’다. 오관게 내용의 핵심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약으로 음식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다만 여윈 육신을 지탱하는 양약으로 삼아, 깨침의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번 사업의 키포인트가 바로 정신문화의 고양입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맛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력을 돋아 도업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업은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자원 낭비와 자연 파괴의 악순환을 막고 육체를 지탱하는 약의 개념으로서 새로운 상을 정립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이같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재 양성을 꼽았다. 사찰음식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내용을 제대로 교육 받은 지도자들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사찰음식교육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 건립되는 교육관은 다양한 강좌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사찰음식과 관련한 사료나 설화, 민담 등을 줄거리로 엮어 이야기로 만드는 스토리텔링 작업도 ‘문화’로서 인식시키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중국이나 대만은 사찰마다 신도나 일반인들이 숙식할 수 있는 숙소나 식당이 있습니다. 이곳은 사찰음식을 판매하고 상시적으로 불교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 대한 이해와 사찰음식에 대한 인식이 발생하는 중심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과 계획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접근가능하고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효탄스님은 “사찰음식 대중화는 건강과 정신문화 회복이라는 대의와 함께 불교 내부에서는 사찰음식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종단에서 추진하는 사찰음식의 연구조사와 사업, 콘텐츠 개발 등에 적극적인 관심과 직간접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2601호/ 2월27일자]
2010-02-24 오후 12:54:04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