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엠립은 제2도시이지만 수도 프놈펜 보다 수입이 많고 도시도 더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앙코르 왓 덕분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년 중 1000만명에 이른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7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앙코르 왓의 위력을 실감한다. 앙코르 왓의 고장 시엠립에 한국 명소가 있다. 바로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 아름다운 세상) 아동센터다.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먹고 자며 교육을 받는, 한국 스님이 세운 학교다. 설립자는 성관스님(수원사 주지)이다.
“진심으로 최선 다하면 세상은 서로 통해”
서호노인 · 영통종합 복지관은 ‘국내 최고시설’
BWC는 ‘캄보디아 청소년 꿈의 공간’으로 정착
지난 1월27일 스님이 상임이사 소임을 맡고 있는 동국대 스님의 방에서 만났다. 원래 전날 오후 만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일이 생기면서 하루 늦춰졌다. 만남은 어렵게 이뤄졌다. 동국대 상임이사 소임 하나만 해도 적지 않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수원사 일 역시 간단치 않다. 신도들을 만나 상담하고 법문하며 교리 강좌를 한다. 수원사가 수원의 대표적인 종교단체로 성장해 스님을 만나기를 원하는 정치인 관료 사회.문화인사들도 적지 않다.
또 있다. 몇 해 전부터 운영이 어려운 충북 청주의 한 종합복지관을 맡아 최고의 기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 힘은 가정집에서부터 시작한 ‘작은 교리’ 강좌였다. 운영이 어려워 맡게 된 종합복지관에서 출발해 신도들과 교리 공부를 통해 인연을 맺고 그 힘은 다시 새로운 사찰 건립으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정상화 되고 청주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스님은 여전히 어려울적처럼 신도들을 만나 교리 공부를 한다. 수원사에서 서울 학교로 학교에서 다시 수원사로, 수원에서 청주로 스님의 발길은 매주 수 백킬로미터를 따라 움직인다. 여기다 일년 10여 차례 캄보디아를 찾아 아이들과 만나고 수원사가 운영 중인 복지관과 어린이집을 찾는다. ‘천개의 눈 천개의 손’과 다름없다.
스님이 부임할 당시 20여 년 전 수원포교당은 작은 사찰에 불과했다. 청주의 복지관은 존립이 위태로웠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 스님의 불교관이며 철학이다.
“1986년 9월 수원사에 부임한 뒤 이듬해 법당 뒤편에 17평가량 되는 조립식 건물을 짓고 기초 교리를 시작했다. 1년간 많게는 4기를 배출했다. 지금껏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지금 수원사는 수원 시내 최고 종교기관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만 수천을 헤아린다. 남자 신도만의 법회가 있고 체육대회를 하면 300명가량 참여할 정도다. 그러나 스님은 안주(安住)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됐다’가 없다. 수원사가 제 궤도에 오를 무렵이던 1990년대 초 스님은 엄청난 모험을 펼친다.
“부임한 뒤 열심히 노력하자 금세 사찰이 안정되고 규모가 커졌다. 그런데 교회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우리는 교회처럼 할 수 없나하는 자괴감과 피해의식이 괴롭혔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사시사철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행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원력을 냈다. 전통적인 의식 법회 방법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부응할 수 없었다. 새로 만드는 전천후(全天候) 시설은 문화 공연을 열수 있어야 했다. 많은 어려움 끝에 2000년 지하1층, 지상 5층, 연건평 1000평 규모의 불교문화원을 개원했다.”
불사를 마치자 스님은 사회로 눈을 돌렸다. 2002년부터 사회복지에 참여했다. 수원 서호노인복지관을 위탁받아 운영했다. 2003년 스님이 의장을 맡고 있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산하에 국제 구호 법인 ‘로터스 월드’를 설립했다. 로터스 월드 산하에 캄보디아 BWC를 세웠다. 서호노인복지관은 스님이 운영한 뒤 국내 최고의 복지관으로 우뚝섰다. 국내 최초로 수영장을 겸비한 노인복지관이며 규모가 약 5000m²(1500평) 에 이른다. 종합복지관인 영통복지관 역시 13000m²(4000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규모다. 수원의 대표적인 대학 기독교 단체 등과 맞서 수탁을 받았다. 수원사가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신뢰도를 짐작케 한다. 이외 어린이집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서비스 센터 등 많은 복지기관을 만들었다. 이 모두가 최고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17평 조립식 건물’ 수원사, 연 4차례 교리강좌
1000평 규모 문화회관 갖춘 유명사찰로 발돋움
이 중에서도 백미(白眉)는 BWC다. 1996년 처음 인연을 맺어 2006년 준공한 ‘아름다운 세상’은 캄보디아 어린이 청소년들의 꿈의 공간이다. 세계 최빈국인 캄보디아는 굶주리고 배우지 못해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아이들 중에서도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돌보지 못하는 최악에 직면한 아이들이 BWC로 온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난다. 아이들은 마음껏 놀고 공부하며 최신 의료 혜택을 받는다. 캄보디아 최고 의료시설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변화가 가장 큰 기쁨이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자라 제 스스로 설 때 까지 돌본다. 얼마 전 처음 들어온 아이들이 자라 중학교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와 안전모를 샀는데 등교시간에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이들이 자라나면 가난한 조국을 부흥시키는 역군이 될 것이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바다와 수도 프놈펜을 견학시켰더니 이 녀석들이 눈빛이 달라졌다. 장난치고 말썽 피우던 아이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공부를 한다. 조국의 변화 모습을 보면서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낀 것이다.”
가난한 모든 나라가 그렇듯 캄보디아도 관료들이 부패했다. 뇌물을 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그러나 BWC는 예외다. 말하지 않아도 시엠립 시당국과 정부에서 알아서 해준다. 파견돼 나온 경비원들 역시 자발적으로 제 집처럼 시설을 보호하고 아이들을 지킨다. 왜 일까. 스님과 한국에서 온 직원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스님의 꿈은 캄보디아가 전통과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면서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서구 문물에 젖은 발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자꾸 한국을 비롯해 외부 자본이 들어와 물들이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국의 전통과 불교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를 통해 평화롭고 부처님 가르침이 살아있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역군이 되기를 원한다.”
사찰과 복지관 BWC 일에다 종단 업무로 정신이 없을 무렵 스님에게 청주에서 요청이 왔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복지관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도 후원회도 없는 복지관 운영을 맡으면 재정적 부담이 엄청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수원과 서울 일 만해도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런데 어렵게 나를 찾아온 불자들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1980년대 수원사를 처음 맡았을 때로 돌아갔다. 기초교리 강의 홍보지 10만장을 만들어 청주 시내 전역에 뿌렸다. 홍보지를 보고 50명이 왔다. 작은 전셋집을 얻어 반은 사무실, 반은 법당으로 개조했다. 60~70명가량 들어가는 소강당에 ‘불’(佛) 자를 걸어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신도들이 스스로 매일 사시공양을 올리며 환희심을 냈다. 나도 신도들을 빠짐없이 상담했다. 밥 먹으면서도 대화를 나눴다.” 그런 어려움을 거쳐 무심천 변에 새로운 절 청수사(淸水寺)가 생겼다. 복지관도 번창했다. 절 안에 만든 방과 후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줄지어 서있다.
겉만 보면 스님은 종교인 중에서도 최고의 성공을 이뤘다. 하지만 그것은 스님이 목표한 바가 아니다. 그냥 진심을 바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자기 욕심을 갖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저 절로 이루어진다. 인위 조작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면 수행자로서 얼마나 초라하고 불쌍한가. 자기 마음에 담겨 있는 양심으로 탁마하며 최선을 다해 살면 세상은 서로 통한다.”
진심으로 대하자 사람들도 변했다. 사찰에 마련한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나이 많은 신도들은 온갖 의료 혜택을 받는다. 사정을 모르고 매일 사찰에 가는 아내 어머니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가족들이 절에 와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변했다. 저절로 가정이 화목해졌다. 복지관을 이어받으면서 직원 90%이상을 승계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직원들이 감동해서 열렬한 신도로 바뀌었다. 진심의 힘은 강했다.
수원사 주지 성관스님은 학교 사찰 국제 구호 복지 등 많은 일을 한다. 일마다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스님의 진심은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1972년 화성 용주사에서 정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6년 부산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불교대, 교육대학원 석 박사를 졸업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문화부장, 총무부장,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수원사 주지, 사단법인 로터스월드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 2596호/ 2월6일자]
2010-02-03 오전 11:09:18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