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와 더불어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제10교구본사 은해사가 눈으로 뒤덮여 한 폭의 그림같은 설경을 연출했다.
‘대강백 산실’ 명성, 청년불자 요람으로 잇는다
군포교 인재불사 매진…불교대학도 활성화
조사전 복원 · 교육관 등 사격 일신에 온힘
‘포교와 교육’.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은해사(주지 돈관스님)가 그간 추진해 온 기본 종무 방향을 집결한 두 단어다. 은해사는 한국을 빛낸 고승들을 배출해 낸 천년고찰이자 교육과 수행도량으로서 도량을 재정비하고 불교의 생활화, 대중화, 사회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원칙을 안팎으로 실천해 나갔다.
이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군포교. 은해사 주변에 있는 영천, 경산, 군위 지역에 있는 11개의 군부대와 청송교도소 등 관할 신행단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펼쳐 지역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갔다. 이를 통해 청.장년신도들을 양성하고 대중불교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군포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군부대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사와 말사, 포교사단, 군법당을 잇는 유기적 포교 네트워크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말사 주지, 본사 포교국장, 경북 포교사단 등은 지속적으로 군법당 법회를 주관하고, 각종 행사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내 은해사에 대한 위상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앞으로도 군포교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법당의 시설이 낙후된 영천 제2탄약창 통일 안국사 법당 증축과 21항공단 일승사의 노후한 불상 교체 등 법당 정비를 위해 모연 활동도 더욱 활발히 벌일 방침이다.
<사진> 1920년대 은해사 전경.
또 인재양성에도 꾸준히 애정을 쏟아왔다. 이미 2008년 12월 주지스님이 취임하면서 취임식 대신 절약한 돈의 일부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영천시와 청송군 장학회에 기탁하면서 장학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곡 일타문도회에서 동국대 경주캠퍼스 내에 동곡장학회를 결성하고, 2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지속적인 인재양성의 기치를 올렸다.
안으로는 한국의 강백들을 양성, 교육하는 은해사 승가대학과 선원 등을 강화시켜 수행.교육 도량으로 일신하는 것은 물론 공부하는 재가불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불교대학을 더욱 활성화 시켰다. 기초과정에서 전문과정까지 6개월 과정의 불교대학을 2년 과정으로 확대, 편성했다. 올해로 5기째를 맞는 불교대학은 지금까지 3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선착순 100명을 모집하면 150여명까지 접수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더구나 졸업생 대다수가 노인장기요양시설인 은해사 포근한 집 여래봉사단이나 은해사성보박물관 등에서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어 불교 생활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포교와 교육분야에 있어 내실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찰 안팎도 정비해 나갔다. 은해사가 소위 ‘사찰 새마을 운동’을 통해 기존 사찰의 굳어진 관행을 과감히 혁파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지난해 4월 조계종 본사로는 이례적으로 사찰 주차장 요금제를 철폐했다. 은해사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그 결과 은해사는 막대한 주차료 수입을 포기해야 했다. 이어 은해사 말사인 수도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토록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초에는 오랜기간 토지보상 문제로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은해사 집단지구시설조성 사업을 영천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체결했다. 그 결과 영천시는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 은해사 일대 14만3940m² 부지에 공원기본계획을 승인받아 내년까지 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집단시설지구를 조성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장기화 되었던 주민들의 민원 해소는 물론, 공원지역 주차 공간 확보 등을 통한 이용객 불편도 감소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옛 명성과 사격에 맞는 가람 정비도 진행할 예정이다. 1943년까지만 하더라도 건물이 35동 245칸에 이르러 대사찰의 위용을 자랑했던 은해사의 사격을 더욱 일신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과 함께 산신각 옆 조사전 복원 작업을 올해부터 착수하고, 기기암 운부암 백흥암 등 산내암자의 선풍을 진작한다.
또 올해 초 준공 예정인 템플스테이 교육관을 포교활동의 기반으로 삼을 예정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100여명 이상의 참가자를 수용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전용관을 건립해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은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통해 서로 화합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요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사회불교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라 강조했다.
은해사=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은해사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사찰에서 진행하는 고루한 방식 대신 가족 단위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바꿨다. 팔공산의 다양한 산행코스를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지역문화 둘러보기, 가족 간 재미있는 대화시간 갖기 등 흥미로운 시간으로 꾸몄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요한 숲길 명상, 보현산 천문대 별빛 여행, 충효 템플스테이, 야호! 영 템플스테이, 아버지(어머니) 템플스테이, 충효 템플스테이 등 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얼음썰매 타기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대중 속으로 파고들되 부담없이 불교문화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템플라이프, 1박2일이나 2박3일로 코스로 나누어 연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지난해 펼친 다문화 가정 템플스테이.
지난해에는 특히 영천지역 다문화 가정을 초청해 영화감상, 마술쇼 등 가족 위주의 다채로운 템플스테이를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대구.경북 지역 어려운 이웃 400여 명에게 사찰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포교를 넘어 불교의 대사회화로 연결되고 있다.
올해는 다문화 가정 뿐 아니라 소년소녀가장, 이주민 노동자, 지역독거노인, 실직자, 미혼모, 3사관학교 간부후보생, 군부대 장병 등을 초청해 때론 소외되고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기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는 2011년 대구에서 열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대규모 템플스테이도 준비하고 있다.
전진우 은해사 총무부장은 “결혼 이주여성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다문화 가정 산사체험 결과, 사찰이 지역과 국적이 다른 이방인들과 하나 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수림장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아래 묻어 나무, 숲과 함께 영생하도록 한다는 자연친화적 장묘형태다. 비석과 경계석 등 일체의 인공물을 설치하지 않아 이상적인 친환경 장례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수림장은 유골을 산에 뿌리는 산골(散骨) 방식이 지닌 부정적인 면을 개선할 수 있으며, 산골과 매장을 적당히 혼합함으로써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들에게는 조상의 유골과 하나된 나무를 보존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은해사 수림장 모습.
은해사는 2005년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경내 소나무 군락지에 장지를 조성한 뒤 이를 수림장 장소로 개방했다. 목탁소리나 대종소리가 들리는 사찰 주위 1만6천500㎡ 터에 조성됐다.
은해사 수림장은 특히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은해사 법당 주위의 아늑한 솔숲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곳이 수림장의 장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수림장은 화장한 유골분을 추모목에서 40∼50㎝ 떨어진 곳에 묻어 고인이 나무숲에서 자연과 영원히 함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출생, 사망일, 가족관계 등을 기록한 명함크기의 명패만 나무에 달려 있을 뿐 봉분, 비석, 상석 등이 전혀 없어 자연 그대로의 숲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700위~800위가 모셔진 상태며, 예약자 행렬도 꾸준하다. 은해사 수림장은 사찰 경영의 한 사례로도 제시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 위안부 할머니를 안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은해사는 지난 2일 80평생을 일본군 위안부의 멍에를 짊어지고 한 많은 삶을 살다 머나먼 길을 떠난 경산출신 김순악 할머니를 수림장에 무료로 안치하고 49재 봉행에 들어갔다.
[불교신문 2591호/ 1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