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를 잘못 그려 수정된 중학교 국어 교과서 삽화에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여러 곳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정 과정에서 가장 크게 표현됐던 십자가 형상은 사라졌지만 배경의 십자형 문양은 그대로 남아, 교계에서 “특정 종교 상징이 공교육 교과서에 무분별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삽화는 비상교육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것으로, 태극기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응원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의 머리 위에는 세로선이 가로선보다 길게 표현된 노란색 십자가 형상이 배치됐다. 인물 주변과 배경에도 ‘+’ 또는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이 교과서는 태극 문양이 뒤바뀐 태극기가 실린 사실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문제 제기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태극기 사진을 프로그램으로 삽화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반전된 것으로 파악했다. 제작과 검정 과정에서 국가상징물의 기본적인 오류조차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태극기를 잘못 그려 논란이 된 중학교 국어 교과서 삽화(왼쪽)와 출판사가 태극기를 수정한 이후 교과서에 수록된 삽화. (오른쪽)[서경덕 교수 SNS 및 비상교육 출처]](https://cdn.beopbo.com/news/photo/202609/337708_162323_512.png)
출판사는 이후 교육부와 협의해 해당 교과서를 수거하고 삽화를 수정했다. 수정본에서는 태극기 오류가 있던 이미지가 교체되면서 학생 머리 위 십자가 형상도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배경에 배치됐던 십자형 문양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교육부는 십자가 형태의 문양을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교적인 상징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정 과정에서 십자가가 삭제된 데 대해서도 “삽화 수정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종교 상징이 아니라는 설명과 달리 가장 두드러진 십자가 형상만 결과적으로 걷어낸 셈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지우고 남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상징의 반복 노출도 편향의 한 유형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범 스님은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학교 교실에 십자가를 거는 행위 등 공공·교육기관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공적인 영역에서 종교 편향적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종교 간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편집 실수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들이 매일 펼쳐 보는 교재에 특정 종교의 상징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 자체가 편향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현행 교과서 검정이 특정 종교를 왜곡하거나 비방·옹호하는 등 편향된 내용을 담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십자형 그래픽의 사용만으로 종교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인 만큼 종교·정치·성별·인종 등 오해의 여지가 있는 상징은 제작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안은 태극기 오류를 넘어 삽화 제작과 검정 전반으로 이어진다. 사진을 프로그램으로 변환·가공한 이미지가 검정을 그대로 통과한 데다, 삽화에 포함된 상징과 디자인 요소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기준으로 검수되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법보신문 2026.09.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