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선희가 자리에서 노래 한 소절을 직접 부르자 맑고 힘 있는 목소리가 작은 시사회장을 채웠다. 이금희 아나운서와 영담스님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세계 청소년들이 노래와 춤으로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뜻을 모은 이들의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제한국어교육재단(이사장 영담스님, 조계종 원로의원)은 9월8일 서울 종로구 재단 사무실에서 한글 노래 ‘너랑 나랑 다같이’ 뮤직비디오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반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부를 수 있도록 만든 교육 콘텐츠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작사하고 이선희 가수가 작곡과 가창을 맡았다.
한글날의 출발점은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정한 ‘가갸날’이다.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 100년을 맞은 지금, 한글은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배우는 언어가 됐다.
노래에는 한글의 창제 원리와 한국어의 풍부한 표현력이 두루 담겼다. 하늘의 둥근 모양과 땅의 평평한 모양, 똑바로 선 사람의 모습을 통해 모음의 기본 원리인 천지인(天地人)을 설명한다. 하늘을 사람의 오른쪽과 왼쪽에 놓아 ‘ㅏ’와 ‘ㅓ’를 만들고, 땅의 위아래에 놓아 ‘ㅗ’와 ‘ㅜ’를 만드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무더위·불볕더위·찜통더위·가마솥더위, 함박눈·싸락눈·가루눈·진눈깨비처럼 계절과 자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우리말도 경쾌한 리듬에 실었다. “세종대왕부터 BTS까지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라는 가사는 한글의 역사와 오늘날 세계로 확산한 한류를 연결한다.
노래 제작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국제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영담스님이다. 2010년 이사장에 취임해 16년째 재단을 이끌고 있는 스님은 해외 청소년들이 교가처럼 즐겨 부르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영담스님은 “성인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재단은 해외 초·중등학교 공교육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한국어를 더욱 즐겁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2019년 제1회 해외청소년 한국어교육 연수부터 재능기부로 사회를 맡아왔다. 여러 해 동안 해외 청소년과 교사들의 한국어를 향한 열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은 생애 첫 작사의 밑거름이 됐다.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샘솟아 네 절에 이르는 가사를 썼다가 노래에 맞춰 절반가량 덜어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새로 쓴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는 말을 정리했을 뿐”이라며 “한국어는 색깔 하나와 계절 하나도 아주 섬세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다. 세종대왕의 바람처럼 모든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으로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표현한 대목을 꼽았다. BTS 팬이기도 한 그는 “세종대왕부터 BTS까지 이어지는 가사도 담겨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선희 가수는 가사를 받은 뒤 하루 만에 곡을 완성했다. “어서 와, 자유롭게 모든 것을 다 표현해 봐”라는 후렴을 먼저 만든 뒤 누구나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을 붙였다. 평소 자신의 노래와 달리 경쾌한 비트와 빠른 박자를 택했고, 자음을 익히는 부분은 학생들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선희 가수는 “노래가 쉬워야 하고, 한 번 들으면 멜로디를 되뇔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노래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실제로 쓰이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노래의 가능성은 해외 교육 현장에서 먼저 확인됐다. 이금희 아나운서와 이선희 가수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의 한국어 채택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빠른 가사도 정확한 발음으로 금세 따라 부르며 노래를 하나의 놀이처럼 즐겼다.
이선희 가수는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를 무장해제시키는 일”이라며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모두 무척 재미있어했다”고 전했다.
뮤직비디오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활용한 캐릭터 ‘흥글스’도 등장한다. ‘흥’과 ‘한글의 글’을 결합해 이름 붙인 캐릭터들은 거북·두루미·사슴·호랑이 등 십장생 동물들과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한다. 나전칠기와 사계절의 꽃 등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뮤직비디오는 세계적인 디제이 페기 구의 영상을 제작한 서인지 작가가 맡았다. 안무가 아이키는 세계 청소년들이 직접 따라 출 수 있는 안무를 완성했다. 이선희 가수도 향후 학생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재단은 흥글스 캐릭터를 활용한 키링 등 다양한 교육용 상품도 제작할 계획이다.
국제한국어교육재단은 2001년 출범해 이듬해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으로 법인 인가를 받았다. 재외동포 자녀들의 민족정체성 교육에서 출발해 2019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꾼 뒤 해외 정규학교의 한국어 채택과 교재 개발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전 세계 47개국 2777개 학교가 한국어를 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다.
재단은 국가별 교육과정과 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한국어 교재를 개발하고 해외 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 해외청소년 한국어교육 연수,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대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너랑 나랑 다같이’는 교육부와 협력해 해외 현지 학교의 한국어반과 한글학교 수업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영담스님은 “해외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통해 ‘세계는 한 떨기 꽃’이라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정신을 느끼고 함께 어울리는 화엄세계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너랑 나랑 다같이’ 뮤직비디오는 국제한국어교육재단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 불교신문 2026.09.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