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戒)는 우리를 가두는 족쇄가 아니라, 악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입니다.”
충남 당진의 천년고찰 영랑사에서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 특별한 법회가 열린다. 스님들의 ‘포살(布薩)’이 재가 불자들의 삶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다. 영랑사 주지 상준스님은 지난해 7월부터 재가자를 위한 포살법회를 시행하며 재가 불자들의 실천적 신행을 이끌고 있다.
주지 상준스님이 재가자 포살에 주목한 이유는 수계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불자들이 수계법회를 통해 계를 받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를 잊고 살아가는 걸 아쉬워했다.

스님은 “공덕을 성취하는 가장 빠른 길은 결국 지계(持戒)와 보시(布施)”라며 “수계의 인연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행의 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재가자 포살법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법회는 사시 불공에 이어 엄숙하게 진행된다. 예경삼보를 시작으로 거향찬, 개경게, 송계서가 이어지고, 불자들은 ‘십중대계’ 전문과 ‘48경구계’의 제목을 함께 봉송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돈한다.




포살 시행 반년이 지나면서 신도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불자들이 이제는 포살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기 시작한 것. 상준스님은 이를 “옳고 그름을 가름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스님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점검한다면 잘못된 것은 멈추고 옳은 것은 실천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무량한 공덕의 시작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포살법회의 의미에 대해 스님은 계·정·혜, 삼학(三學)에서 ‘계’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로 설명했다. 마음이 정돈돼야 선정에 들 수 있고, 선정 속에서 비로소 바른 지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계를 ‘그릇’에 비유한 대목이 매섭다. 스님은 “그릇 안의 음식이 썩었다면 음식만 버리고 그릇을 닦으면 되지만, 그릇 자체가 깨지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며 “계라는 그릇이 온전해야 부처님의 깨달음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계종 종책공모전에서 ‘재가자 포살 시행 제안'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상준스님의 이러한 행보가 종단적으로도 시의적절했음을 증명한다. 스님은 향후 전국 사찰로의 확산을 위해 ‘종단 표준 포살본’의 정리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스님은 형식화와 강제성은 경계했다. 계는 자율의지로, 왜 계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의식이 정립될 때 비로소 계의 가치가 드러난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때문에 이를 위한 끊임없는 교육도 함께 병행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 불교신문 2026.02.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