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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물·바람이 차린 한 끼…사찰음식으로 배우는 ‘불이’의 지혜...담화원명스님(27기),덕산스님(34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6-09-22 12:20
조회 : 51  

조계사, 9월 19일 ‘가을 산사의 공양’ 선재 스님 특강
제철 식재료로 차린 음식 맛보며 생명존중 되새겨

“사찰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닙니다. 생명과 건강은 물론 삶의 지혜까지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을 제철 식재료로 만든 사찰음식을 맛보며 생명존중과 불이(不二)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사(주지 담화원명스님)는 9월19일 경내 관음전과 보현당에서 ‘가을 산사의 공양-뿌리와 열매로 만나는 사찰음식’을 개최했다. 추석을 앞두고 시민과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절집 밥상의 맛과 정신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행사는 대한민국 사찰음식 명장 1호인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선재 스님의 특강과 사찰음식 시식으로 진행됐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담긴 불교적 의미와 제철 식재료의 중요성, 음식을 만들고 먹을 때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선재 스님은 연근과 쌀 등을 예로 들며 식재료 하나에도 땅과 물, 햇빛, 바람, 농부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쌀과 연근도, 물과 땅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의 정신”이라며 “우리 대신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 추위와 더위를 견딘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를 생각하며 음식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사짓고 음식을 만들며 공양하는 모든 과정이 수행”이라며 “자연의 생명이 나와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음식을 남기거나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찰음식에 담긴 생명존중은 특정 종교에 국한된 가르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할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라고도 설명했다.

특히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을 ‘약이 되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제철에 난 재료를 자연의 흐름에 맞춰 길러 사용하고, 먹는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살펴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코스 형태로 나온다고 해서 정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맑고 바르게 먹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찰음식은 생명과 건강만이 아니라 지혜를 얻는 음식이어야 한다”며 “맛있는 음식에 그치지 않고 먹는 사람에게 필요한 음식,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양간의 의미도 짚었다. 선재 스님은 여러 나라의 전통 사찰에서 공양간을 중요한 공간으로 여겨온 사례를 들며 “공양간에는 햇빛이 들고 바람이 통해야 하며 물이 원활하게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식기 역시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애고 햇볕에 말려 보관하는 등 식재료의 손질부터 조리 공간 관리까지 청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음식을 통한 어린이·청소년 교육 경험도 소개했다. 선재 스님은 출가 후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스님은 “아이들과 김치를 만들 때 배추가 땅과 물, 햇빛과 바람을 거쳐 우리에게 왔다는 사실부터 이야기했다”며 “그 모든 존재가 너를 위해 배추를 길러 보냈으니 너는 그만큼 귀한 존재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도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요리 역시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재료로 채워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강을 들은 조계사 교육수행지원단장 덕산 스님은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유마경’의 가르침을 들어 사찰음식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강을 들은 조계사 교육수행지원단장 덕산 스님은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유마경’의 가르침을 들어 사찰음식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강을 들은 조계사 교육수행지원단장 덕산 스님은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유마경’의 가르침을 들어 사찰음식의 의미를 되새겼다.

덕산 스님은 “큰 극락세계를 꿈꾸기에 앞서 오늘 배운 된장과 간장, 우리나라의 작은 먹거리를 마음에 담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면 몸과 마음도 청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몸이 곧 불토라는 생각으로 사찰음식을 건강하게 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강 후 참가자들은 선재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을 제철 식재료로 마련한 사찰음식을 맛봤다. 이날 시식 메뉴로는 말린가지밥을 비롯해 두부우엉조림, 연근들깨무침, 방아잎장떡, 무짠지, 당근국수, 호두제피무침, 양배추흑임자무침, 자소잎화채 등이 준비됐다. 뿌리와 열매, 잎 등 자연에서 얻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사찰음식의 담백한 맛과 제철 식재료의 조화를 선보였다.

친구들과 행사장을 찾은 천은지 씨는 “템플스테이가 궁금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행사 안내를 보고 신청했다”며 “당근국수가 특히 맛있었고, 음식을 먹는 동안 수행하며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식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차와 한입 다과’ 행사도 함께 열렸다. 현명원T아트문화원장 안연춘 씨가 다도를 총괄한 가운데 전통차와 다과를 맛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운영돼 조계사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한국 전통 다도문화를 알렸다.

( 법보신문  2026.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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