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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열풍의 숨은 연결고리는 ‘한국불교미술’...정도스님(32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10-18 16:50
조회 : 4,148  

동국대 종학연구소 학술대회서 조명
유근자 국립순천대교수 논문 ‘주목’
“더피 ‘도명존자 금모사자’ 도상 가까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정도스님)가 오늘(10월 17일) 개최한 제20회 학술대회에서 한국 불교미술과의 연관성이 새롭게 조명됐다.

선을 상징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Huntrix)'와 악령을 상징하는 남자 그룹 '사자 보이스(Saja Boys)'의 대결을 그린 '케데헌'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동국의 문화, 동국의 사회실천'을 주제로 동국대 혜화관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2026년 동국대 건학 120주년을 앞두고 불교 문화예술의 학문적 탐구를 넘어 예술·명상·심리치유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 실천의 지평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유근자 국립순천대 학술연구교수의 '한국 불교미술의 역할과 대중과의 소통 방식 검토' 발표였다. 유 교수는 케데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단순히 조선시대 민화에서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불교미술의 다양한 도상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상세히 분석했다.

유근자 국립순천대 교수가 '한국 불교미술의 역할과 대중과의 소통 방식 검토'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근자 국립순천대 교수가 '한국 불교미술의 역할과 대중과의 소통 방식 검토'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근자 교수는 "케데헌의 애청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에서 출시한 '까치·호랑이 배지'에 열광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호랑이 '더피'와 갓을 쓴 까치 캐릭터가 조선후기 민화 <호작도(虎鵲圖)>의 이미지에서 차용됐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더피 캐릭터는 더 깊은 불교미술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교수는 사자 보이스의 진우가 더피를 전령으로 활용하는 설정이 당나라 때 도명존자(道明尊者)가 저승에서 만난 지장보살의 심부름꾼인 금모사자(金毛獅子) 에피소드와 맥을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유근자 교수는 "778년 양주 개운사에서 수행하던 도명존자는 저승사자의 오판으로 명부세계로 끌려갔다가 그곳에서 금빛 털을 가진 사자를 데리고 석장을 든 스님, 즉 지장보살의 화현을 만났다"며 "금모사자는 문수보살의 화현으로, 10세기 돈황석굴 <지장보살과 시왕도>에도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케데헌의 더피와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더피가 조선시대 <산신도>의 호랑이 도상과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산신도 속 호랑이는 용맹스러운 모습보다는 민화 <호작도>처럼 친근하게 표현되며, 서 있는 호랑이, 앉아있는 호랑이, 엎드려 있는 호랑이 등 다양한 자세로 나타난다"며 "만약 케데헌 제작진이 사찰 산신각의 <산신도>에 관심을 가졌다면 더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훨씬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케데헌에 등장하는 '얼굴없는 악령'들의 도상적 원형도 불교미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나신으로 머리가 크고 팔이 긴 이들 악령의 모습은 조선시대 <감로도>에 등장하는 중음신(中陰身), 즉 다음 생을 기다리는 영혼의 형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남양주 흥국사 <감로도>(1868년)를 예로 들며 "이 작품에는 19세기 시대 양식이 반영되어 호작도나 산신도의 호랑이처럼 무섭지 않은 호랑이가 등장하며, 그 큰 눈은 케데헌의 더피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로도에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무당의 굿 장면, 시장 풍경, 타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들과 춤추는 여성들이 표현되어 있어 현대의 K-POP 공연을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이러한 도상의 연결고리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골룸 캐릭터까지 확장된다고 주장했다. "케데헌의 얼굴없는 악령들은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도 유사한데, 이는 다시 기원전 2~1세기 인도 바르후트 대탑의 북방 다문천왕 발 아래 배치된 야차의 도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이러한 도상은 조선후기 사천왕문의 사천왕 발 아래 생령(生靈)으로 이어지며, 시대와 지역을 넘어 불교미술의 도상이 어떻게 전승되고 변용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삼혜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유산위원은 논평에서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성(聖)과 속(俗), 형태와 물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한의 속성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예술미학적 구원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며 "불교의 원만하고 보편적인 미감이 어느 시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미학적 방법론으로 구현되어 있음을 케데헌 사례가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강 위원은 "케데헌이 한국이 아닌 전혀 다른 외부세계에서 만들어져 한국적인 것을 가장 대중적으로 구현했듯이, 불교미술도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한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보편타당한 열린 공감대와 시각이 열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학연구소장 정도스님은 "이번 학술대회는 건학 120주년을 앞둔 동국대가 그동안 걸어온 불교문화 전통의 길을 되돌아보고, 문화와 수행이 결합된 사회적 실천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라면서 "이번 학술대회는 제19회에서 조명한 동국의 불교사상 연구를 한층 확장하여 불교문화의 예술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역할을 심화하는 새로운 학문적·실천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유근자 교수의 발표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발표됐다. 정완스님(동국대 불교학부 조교수)은 '역대고승비문과 한국 불교문화의 기억 장치: 가산지관큰스님의 금석문 연구와 공공인문학적 의의'를 주제로 불교 금석문이 갖는 문화사적 가치를 조명했고, 진관스님(동국대 불교대학 강사)이 논평을 맡았다.

백도수 교수(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는 '불교예술연구의 다양성과 통합성'을 발표하며 불교예술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고, 윤희조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가 논평했다. 박규리 겸임교수(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는 '선시를 통한 수행과 선명상 예술치유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주제로 전통 선시가 현대적 치유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했으며, 일엽스님(동국대 불교대학 강사)이 논평을 담당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불교문화와 예술의 전통이 대중성과 공동체 형성, 사회적 가치 추구에 기여한 과정을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불교적 실천이 현대사회 속에서 문화적 치유와 공존의 가치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불교신문 2025.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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